엔지니어링 서비스 - 독일 아헨공대 E4TC 방문기
파워블로거 류용효의 PLM 라이프 스토리쪽지… 비즈니스 워커 Chapter 44
■ 류용효 : PTC 코리아의 Director로 재직 중이다. 이전에는 PLM 제품 컨설팅 및 R&D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였으며, 한국실리콘그래픽스(SGI)에서 워크스테이션, Virtual Reality pre-sales 업무를, 성우오토모티브(현 다이모스)에서 EF 소나타, XG 그랜저 시트설계를 수행한 바 있다.E-mail : Yonghyo.ryu@gmail.comBlog : http://PLMIs.tistory.com
오래 두고 꿈을 바라보는 자는 그림자를 닮아버린다.– 말라바르 속담
필자는 2013년에 이어 두번째 아헨공대를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는 ASAM(Association for Standardization of Automotive and Measuring Systems) 컨퍼런스와 연계해서 아헨공대 내에 있는 E4TC(European 4.0 Transformation Center, http://europeantransformationcenter.eu/)를 방문했다.
먼저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렸던 ASAM 컨퍼런스에서는 자율주행 등을 포함한 시험차량 데이터 관리 및 기준 방법들이 흥미로웠다. 아우디를 비롯한 다양한 회사와 학계에서 발표가 이루어진 가운데, 그 중에서 Audi/Norcom의 발표가 흥미로웠다.
짧게 발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요즘 자동차 회사들의 고민이 매일 차량당 테라바이트 수준의 테스트 데이터(충전, 테스트,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실제 운전 중 배출가스 등)가 나오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와 데이터 처리 및 분석, 활용, 테스트 비용 절감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 스마트 데이터의 차이점도 궁금해졌다.
빅데이터의 종류에는 로그, 메타데이터, 타임 시리즈, 시계열(Time Series),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도큐멘트 등이 있다. 스마트 데이터(Smart Data)의 종류에는 투시도(Transparency), 보도(Reporting), 품질 보증(Quality insurance), 자동화(Automatization), 비용절감(Cost Reduction),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 테스팅(Testing), 오차 규명(Error identification), 프로젝트 비교점(Project comparisons) 등이 있다.
역시 유럽은 기준과 분류를 잘 하는 것 같다. 또한 빅데이터의 사례를 들어 주었는데, NVH, 문서 협업(Full-text Search, 도큐멘트 관리), ECU 연계(bus 추적 분석, TTL, CAN/Flexray) 등과 내구(Duarbility)에서는 주행 통계, 오류 로그 및 추적의 결합 분석 등이 있으며, 부식(corrosion)에는 화상 처리, 분류, 자동 주석 등이 있다. 운전자 지원(Driver assistance)에는 이벤트 추적 & 검색, 자투리를 추출하여 운송비용 절감 등이 있다고 한다.
다음 여정으로 아헨공대 내에 있는 E4TC(European 4.0 Transformation Center, http://europeantransformationcenter.eu/)를 방문했다.
항상 바람직한 목적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한, 최후에는 반드시 구함을 받는다.– 괴테
아헨공대의 본 명칭은 ‘라인 베스트팔렌 아헨 공과대학교’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아헨에 위치한 대학교이다. 약 3만 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어 공과대학교로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2007년 독일 대학 우수성계획(Exzellenzinitiative)의 미래구상(Zukunftkonzept) 부문에서 아헨 공과대학교도 함께 선정되어 독일의 9개 엘리트 대학교에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아헨 공과대학교는 9개 독일공과대학교 연합인 TU9, 유럽 5개 공과대학교의 연합인 IDEA 리그 및 세계 53개 공과대학교의 연합인 T.I.M.E. 등에 속해있다. 국내에서는 독일 3대 공과대학교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출처 : 위키백과)
또한 국내에는 박홍석 교수님(울산대)께서 아헨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셔서 현황을 알 수 있었는데, 논문보다는 실제 기업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우선시하여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반면에, 국내 대학의 경우 논문 수를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E4TC 건물로 가기 위해 Aachen West 역에 내려서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택시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다. 버스 기사분께 물어서 건물과 가장 가까운 역에 가까스로 내렸다.
역시 구글 지도 앱… 전 세계 어느 지역을 가든지 출발과 도착지만 입력하면 훌륭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준다. 굳이 안물어봐도 구글 지도 앱만 있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헨공대 내 여러 건물 사이를 지나면서 창문 너머 보이는 건물을 안을 보니 밀링머신, 선반 등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무에 강한 공대란 인상이 느껴졌다. 버스에 내려 5분 정도 걸어서 드디어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 입구 간판을 보니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과 유명한 기업들이 입주해 있었다. 필자가 속한 회사(PTC)도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데, 유럽 및 전 세계 고객들의 요청내용들을 보여주기 위해 프로세스 및 데모 세트를 완비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유럽 4.0 트랜스포메이션 센터(E4TC)는 RWTH 아헨 캠퍼스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산업 및 연구 클러스터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디지털 비즈니스 변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e.GO Mobile AG, StreetScooter의 성공을 기반으로 새 전자 이동성 벤처 및 캠퍼스 기반의 데모 공장은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 사이의 행동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세스, 방법 및 기능의 강력한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아키텍처는 비즈니스 모델, 제품 및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공정에서 발생하는 것을 관장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마케팅 및 포트폴리오 정의, 개념 설계 및 검증을 포함하여 제품 개발, 판매, 생산 및 전체 공급망, 고객의 사용성, 애프터 단계에서 서비스 등이 있다.
디지털로부터 생겨나는 4가지 레이어(층)에는 ▲설계 데이터 및 문서의 모든 유형을 포함하여 작성 ▲모든 데이터 관리 및 프로세스 관리 정보를 포함한 협업 및 컨트롤 ▲주문, 예약, 결과 보고서 등 거래 ▲모니터링과 연결되는 제품, 장비 및 프로세스 최적화가 있다.
E4TC에서 소개되는 산업 사례는 이러한 트랜스포메이션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비즈니스 모델, 제품, 프로세스 및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전체적인 개념과 로드맵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주요 활동으로는 PLM, ALM, IoT, 인더스트리 4.0 등 특정 주제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 및 회사들로 구성된 강사진에 의해 워크숍(보통 1~2일) 및 프로젝트 수행을 한다. 주요 수행내용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워크숍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 혁신 워크숍 ▲프로세스 혁신 워크숍 ▲디지털 변환 평가 프로젝트 ▲디지털 변환 구현 프로그램이 있다.
점심시간에 E4TC 투어 시간을 가졌다. 주요 설비들과 라인들…. 특히 3D 프린터 및 대형 커팅기, IoT가 접목된 조립라인 등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2층에 마련된 데모부스에는 각종 회사들의 인더스트리 4.0 및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시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RFID와 카메라를 접목해서 만든 내용물 인식 시스템이다. 우리가 대형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생필품과 식자재들을 구매하는데, 카운터에서는 일일이 스캔을 해야 전체 수량과 금액이 표시된다. 하지만, 이 기계에다 올려놓고 카메라를 비추면 1초 이내에 순식간에 수량과 가격 등이 표시된다. 이것이 상용화된다면 아마도 차에 물건을 실어 놓고 주차비 지불하듯이 계산할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흥미로운 것은 독일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Streetscooter에 장착된 각종 장치들의 센서를 통해서 모니터링하는 기술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처럼 상단 모니터에는 씽웍스(Thingworx)로 만들어진 모니터링 화면이 있고, 아래 패널에는 각종 센서들이 설치되어 있다. 무선으로 통신하며 카메라 불빛을 비추면 계기판에 불빛이 들어오듯이 모니터에 해당 내용이 실시간 표시된다. 브레이크. 액셀, 헤드램프 온/오프 등 동작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IoT 대시보드 화면에 표시되었다. 이것 또한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자료와 동영상 등을 이용해서 수십번 고객에게 설명을 했는데, 실제 데모를 직접 보니 모든 의문점이 풀렸다. 진정한 가치는 이것에 있었구나!
오후 시간에는 유럽의 주요 엔지니어링 서비스 및 스타트업 회사들의 세션을 들었다. 첫 번째로 이전에는 생소하게 느껴졌던 Bertrandt(버트란트)란 회사인데, 소개를 받고 인식이 확 달라졌다.
Bertrandt 그룹은 40년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약 1만 2000 명의 직원이 46 곳에서 일을 유럽, 미국, 중국에서 고객과 함께 자동차와 항공산업분야에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회사라고 한다.
세션을 시작하기 전에 주행 모니터링 라이브 데모를 보여주겠다며 발표자가 자신의 차(벤츠 SUV)로 안내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주차장으로 따라갔다.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 놓고는 그림과 같이 충격흡수용 매트에 싸여진 디바이스를 설명해 주었다.
“사실 오늘 데모를 위해서 급하게 어제 설치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설치 및 적용이 굉장히 쉽습니다. 제가 아헨공대 근방에서 10분 정도 주행을 할 테니 여러분은 미팅룸으로 가셔서 라이브로 제 차량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지중인지 운행 중인지… 속도, 위치, 연료상태, 차량의 주요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보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는 차를 몰고 가버렸다.
우리는 미팅룸으로 돌아와서 대기하고 있던 한 분께서 씽웍스(PTC IoT 플랫폼)로 만들어진 대시보드 화면으로 차량의 주행상태 모니터링을 시연해 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파워포인트로 IoT를 백 번 설명을 듣는 것보다 한 번의 시연으로 수 많은 궁금중이 즉각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아… 벌써 독일에서는 IoT가 보편화 및 실용화를 마쳤구나. 우리는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고민하는 사이에 독일에서는 산학연이 주도가 되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사용 케이스들을 발굴하며 서로 윈윈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안타까운 얘기지만, 공조체계보다는 서로의 것을 뺏고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각 회사별 역할들의 중복이 있고 이것 때문에 양보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독점하려는 경향 때문에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접근이 어려워 보인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얘기하는 순간, 그것을 듣고 협력하기보다는 독자적으로 만들려는 경향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의 또하나의 전기차 스타트업 회사 e.GO의 세션이 시작되었다. 요지는 Streetscooter는 벤처에서 독일 우체국(DHL)으로 인수되어 비즈니스는 계속하지만 더 이상 벤처기업이 아니었다. 따라서 또다른 새로운 벤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Streetscooter 개발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가며 Streetscooter가 중저가로 다양한 운송수단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e.GO는 2인승 전기차에서 4인승까지 일반 소비자대상 시판을 타깃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2015년 창업을 했으며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는 괴테 하우스를 들러보고 괴테의 삶에 대해서 상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나오면서 괴테 방문 기념을 하기 위해서 아내에게 괴테의 잔을 선물로 하나 사 가지고 왔다. 지금은 매일 식탁 위에서 보고 있고 가끔 커피잔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생은 하나의 실험이다. 실험이 많아질수록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이 된다.– 에머슨
독일과 한국의 접근 방식의 큰 차이는 출발점이 다르다는데 있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필요한 모든 것을 확보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확인하고자 한다.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 목적을 위한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그리고 결과 템플릿은 무엇인지, 그리고 향후 다른 것과 연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한다는 점이다. 즉 체계적인 접근과 전체적인 접근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실험정신’이다. 예전에는 쉽게 결론에 먼저 도달하지 않았다. 프로토타입 - 파일럿 - 구축(Implement)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경험이라는 체력을 길렀다. 최대한 찾아보고, 최대한 효과적인 방법과 자존심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뭔가 결론을 내렸었다. 이제는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하다 보니, 예전과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래하고, 어느 순간 세월이 지나 돌아다 보니 똑같은 생각, 변화를 싫어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적어도 필자가 느끼기에는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열심히 했으니 이제 좀 편해 볼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느낀 점은 여전히 성실하며 주어진 일에 최적화하기 위한 협업, 토론들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며 자기의 전문분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더라는 것이다.
부러운 대목이다. 2016년에는 나에게도 이런 실험정신으로 한 해를 익사이팅하며, 실천에 옮겨보려고 한다. 적어도 내년 연말에는 나에게도 뭔가 새로운 한 줄이 추가되기를 희망하며…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변한다.(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기사 상세 내용은 PDF로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1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