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IT 워커 스토리텔링 Chapter 6 - 일본 닛산자동차를 가다
파워블로거 류용효의 PLM 라이프 스토리
■ 류용효 | PTC코리아 Business Development 이사로, 이전에는 PLM 제품 컨설팅 및 R&D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였으며, 한국실리콘그래픽스(SGI)에서 워크스테이션, Virtual Reality pre-sales 업무를 , 성우오토모티브(현 다이모스)에서 EF소나타, XG 그랜저 시트설계를 수행한 바 있다.PLM blog | http://PLMIs.tistory.comE-mail | yryu@PTC.com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면 내가 하고내가 할 일이면 최선을 다하고,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즐겁게 하고,언제가 해야 할 일이면 지금 바로 하라- 엔드류 매류스
쪽지를 쓰기 시작한 지난 반년 동안 나에게 준 선물은 두 가지가 있다.첫 번째 선물은 지나간 과거를 정리하는 시간을 준 것과,두 번째 선물은 쪽지를 통해서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께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 음에 스스로에게 위안을 가져다 준다.
일의 즐거움을 위한 워밍업2005년 3월 닛산자동차 차세대 CAD&PLM을 선정하는 프로젝트에 Platform DMU 과제의 글로벌 Expert 자격으로 참여하였다. 과제 수행기간은 4개월. 막상 일본 홍아쯔기의 Nissan Program Office에 도착 해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민은 잠시 미뤄두고…. 하네다 공항에서 내려서 3번 라인에 있으면 시내외 버스터미널로 가는 셔 틀버스가 정차한다. 숙소인 도쿄도청 옆 하이야트(Hyatt) 호텔에 여장을 풀고 시청 근처를 둘러보았 다. 시청 뒤 공원은 몇 달 동안 머물면서 자주 찾은 공원이다. 봄, 초여름의 느낌은 좋았는데, 이른 아침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바로 노숙자 때문. 아침에는 우리도 학교 다닐 때, 지금도 일부 대기업에서 아침 8시에 국민 체조를 할 것 같은데, 정말 거의 똑같았다.
일본으로 떠날 때의 목표는 빨리 일을 마치고 여유를 즐기자였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단계별 준비들이 미흡했다. 일을 시작하고 2주 동안은 도쿄 사무실과 Nissan Program Office를 왔다갔다 하 였고, 주말에는 도쿄과학관과 요코하마를 다녀왔다.
오하요 고자이마스. 안내하시는 분이 과학관 매장을 찾은 사람에게 각종 과학 기자재를 설명하고 있 다. 나도 거기서 하나 구매했는데, 지금 어디 있는지 잘 생각이 안난다. 때마침 로봇 경기 대회가 열려서 무려 3시간동안 로봇 경기를 보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개성있는 로봇을 꾸며서 경 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심사위원 석도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의 승패를 확인시켜 주었다. 매 경기마다 라운드 언니가 흥을 돋구어 주었다. 한 바퀴 돌기만 했다. 초등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매 와 진지한 분위기. 두 로봇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경기를 보는 모습. 로봇의 세계에서는 다윗의 돌팔매 같은 재주는 통하지 않고 오로지 힘과 테크닉만 요할 뿐. 골리앗의 승리.
이제 요코하마 China 거리...
여기에서 점심먹으려고 왔다가 잠시 부둣가 구경하고 돌아온다는 것이 결국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요코하다 부둣가를 좀 거닐다가 작은 배 발견. 300엔이라고 적혀 있길래, 순진하게 왕복인데 왜 이 렇게 쌀까. 구간별 요금인 것도 모르고…. 일본어 실력이 짧은 무지로부터 생긴 에피소드.
일단 타고 나서는 아무 생각없이 즐겼다. 언젠가는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겠지.
나중에 엄청난 요금이 나온 것을 알기 전까지는 시원하고 경치도 아름답고 좋았다.
종점에 다달아서야 점점 느낌이 달라지면서, 왕복이 아니라 편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배는 관 광목적이 아닌 생활의 운송수단이라는 것을….
이렇게 해서 3월은 일한 것 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하코네의 하루2005년 4월. 일본에 온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체크리스트 항목별 솔루션 분석과 GAP 및 SWOT 등등 해서, 일본 친구들은 천천히 한다. 하지 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나… “류상… 슬로우데스.”
우리네 성격상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끝내고자 하는 성미 때문에 혼자 바쁜 일정을 보냈다. 드디어 닛산자동차에 POC 시스템을 설치하고 분주히 셋업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주말을 맞이하여 호텔에 그냥 있으면 일할 것 같고 해서, 처음으로 하코네의 봄을 느껴 보려고 one day pass 티켓을 사서 아침일찍 호텔문을 나섰다. 홍아쯔기에서 하코네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하 코네에서 표준으로 제시하는 관광코스 버스타고 - 삼나무 숲을 지나서 - 해적선타고 - 케이블카 타 고 - 유황 냄새가 자욱한 산 정상에서 검은 달걀 한 봉지(5천원) 사서 까먹으면서 케이블카 - 산악 철도 타고 가고 가면 끝.
처음이라 정확하게 모든 코스를 기록으로 남겼다.
먼저 버스를 타고, 삼나무 숲을 지나서…. 배타기 전 코스 중간에 있는 공원을 들러서 하코네 주요 전경을 배경 삼아 찰칵.
봄철이라 벗꽃이 활짝. 여기는 도쿄보다 좀 추운 지역이라 늦게 벗꽃이 피었다. 한 폭의 그림같은 하코네.
여기 박물관은 별로 맘에 안 들었다. 우리 조상들과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 곳.
몇 가지 종류의 배가 있는데, 이 배를 패스하고 나니 드뎌 해적선 등장.
앞에 보이는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80만원. 나중에 가봤는데, 경치는 정말 짱이다.
다음 코스는 케이블카. 2006년 11월에는 공사로 인하여 케이블카 대신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힘들었 다. 저 멀리 유황이 뿜어져 나오는 산이 보인다.
정상 도달 30초 전. 나중에 가족과 왔었는데, 시간 때문에 올라가지 못해서 아내가 아쉬워 했다. 꼬 불꼬불 안내길을 따라서 올라가 보면... 유황 냄새 끝내줘요. “음매 독한 것…”
뜨거운 유황 온천으로 된 웅덩이가 있는데 여기다 생계란을 넣었다 건져내면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그냥 익어버린다.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 아래를 바라다 보면 유황 온천 개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내려와서 산악 철도 기다리는 중. 거의 다와서 사진 작가를 만났다.
자신을 텍사스에서 온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자라고 소개하면서 칠순 노모와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기 사를 쓴다고 했다. 실제로 기차 안에서 만난 노모…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텍사스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는데, 연락처가 어디 있는지 가물가물하다.
주말의 짧은 휴식은 곧 이어 기다리고 있는 본 게임의 활력소가 되었다.
NGIC(닛산 글로벌 IT 센터, 홍아쯔기)2005년 4월. 1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벤치마킹을 위한 셋업이 시작되었다.
내가 맡은 Platform DMU만 해도 체크리스트 항목이 100개가 넘었다.
업무적인 관점에서의 체크리스트라서 제대로 의미를 이해하는데 소요된 시간만 해도 2주일 이상 요 구되었다.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에서의 경우와 접근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의 장인정신이 빚어낸 산물처럼, 일본사람들은 디테일에 정말 강했다. 대충 넘어가는 것이 없었 다. 체크리스트 항목이 100개가 넘더라도 한국에서는 사용자들이 설명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 주 지 않아서 전부 다 확실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본사람들은 친절히 상세히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1차 1시간 미팅에서는 100문항 중 10문항만에 대해서 Q&A 하는데 시간을 다 써버렸다.
그리고 다음 일정을 서로 확인하고 스케줄을 잡았다.
몇일 후 미팅에서도 20개 문항밖에 설명이 안되었고, 결국 서너차례 더 미팅을 가졌다.
그렇게 해서 체크리스트가 정리된 다음, 솔루션 비교 등등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었고, Draft 버전 이 완료된 이후 본사 R&D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1, 2차는 이메일을 통해서 자료에서 주석을 서로 달면서 Gap을 줄여 나갔다.
Factor 위주로 일하는 방식에 익숙한 나는, 스토리텔링 방식에 익숙한 본사 R&D 사람들과 처음에는 대화하기 쉽지 않았다. 자료에 설명을 다해 놓았으니, 그것을 자세히 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사람들의 접근 방식은 비즈니스 오브젝티브, 현재 현황,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어떻게 해 주면 되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첫 번째로 비즈니스 오브젝티브가 이해되지 않으면, 절대로 누가 뭐라고 해도 R&D 사람들은 자기 의 견을 굽히지 않았다. 매일 밤 12시부터 호텔 방에서 컨퍼런스 콜이 시작되었는데, 1시, 2시쯤 끝이 났다. 2주일 이상 진행된 본사 R&D와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입장이 이해되고 친숙해져 가고 있음 과 동시에 닛산자동차의 요구사항이 점점 구체화 되어 가고 시스템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분 석 결과가 하나둘 회신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한편으로는 닛산 내부에 시스템을 설치하고 닛산 카 모델을 가지고 Prototype을 만들어 갔다. CAD 데이터와 BOM 정보가 제공되었고, 최적으로 Option/Variant BOM을 Batch로 자동구 성하고, Platform 검증을 위한 디지털 목업 분석 준비를 하였다. 먼저 2주일동안 테스트를 한 다음, 닛산관계자가 참여하여 직접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닛산의 경우 프로세스 리더가 거의 모든 결정을 하였다. 가능한 이유는 주요 프로세스를 다 이해하 고, 핵심 사항들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드라이브하기 때문에, 사전 충분한 설명하는 시간을 제공 하고, 각자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과 기법을 동원해서 구현해 달라는 것이다.
워낙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잘 알다 보니 대충 면피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 의심스러 운 점은 메일로 사유에 대해서 회신 요청이 있었고, 우리는 매일 밤 자료를 준비해야 해서, 매일밤 8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나를 비롯해서 외국에서 온 사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한사람 빼곤…. 이탈리아에서 온 엔진 모델링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거의 이태리산 패션모델 수준이었다.머리에는 선글라스, 옷은 어쩜 매일 바뀐다.
일도 중요하지만, 이 친구에게는 여가생활도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또한 아직 미혼이라 일본 여직 원들에게 최고로 인기가 좋았다.
벤치마킹2005년 5월. 벤치마킹은 사전 설명되고 협의된 시나리오로 진행되었다. 거의 1주일동안 진행되었고, 매일 매일 조금씩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의 벤치마킹이 궁금했는데, 막상 진행해 보니, 합리적인 방법으로 체계적인 데이터가 산출되었다. 마우스 클릭 수. 속도 등을 자동으로 산출해 주 는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하여 엑셀로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었다. 우리는 사뭇 신중하게 몇번이나 리허설을 하여 사전에 이슈가 될 사항들에 대해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회사 에서도 사활을 거는 중요한 전략적인 고객이라서 반드시 ‘MUST’만이 존재하였다.
전체 PM인 케빈은 존경할 만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진지하면서, 디테일에 강하고, 온화한 외모에서 풍기는 영국 신사의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일단 업무에 대해서는 냉철할 정도로 날카롭고 반드시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원칙을 심어 주었다. 담당자가 내용을 확실히 이해되 지 않으면, "노트를 들고 닛산을 방문해서 반드시 100% 알고 와라"는 의지를 주지 시켜 주었다. 매 주 구두로 진행되는 진행상황 점검은 혹시 빠뜨린 부분을 찾아냄으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여 급작 스런 당황한 사건들을 만들지 않았으며, 일하는 방식도 페이퍼 위주로 일하던 방식에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환되어 매일매일 긴장감이 고조되곤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 고자 하는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내가 속한 TFT팀에는 일본, 프랑스, 한국 사람으로 인적구성이 되어서 서로 필요한 부분을 공조하면 서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시스템에 데이터 입력 및 환경을 설정하고 테스트 도중에 결과값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아서 원인을 찾느라 몇 번이고 반복하며 원인을 찾아내어야 했다. 다행 히 원인을 찾아내어서 벤치마킹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Platform DMU 이외에도 9개 과제가 더 있었는데, Platform DMU가 진행 상황이 제일 빨랐다. Platform DMU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Configurable BOM’이 되어야 한다. 차종에 들어가는 모든 옵션과 파생차종을 구성하고 사양에 따 라 전체 Assembly가 자동으로 화면에 뿌려지는 디지털 차량기반의 디지털 목업 검증을 수행한다. 그 리고 검증 항목별 이슈를 협업하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한다. 그리고 향후 과거차 문제점 DB 로 저장되어 재확인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Powertrain DMU도 병행되었는데, 인도사람이 수행했다. 덕분에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그 친구는 가족을 데리고 왔다. 도쿄에서 우리는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일본사람 기호에 맞게 변형된 인도식당으로 갔다. 치킨은 먹고, 시푸드와 고기는 안먹는다고 했다.
인도 사람들과 지내려면 희생해야 하는 것이 많아서 힘들지만, 배울 점은 꽤 많은 편이다.
영어에 대해서 자유롭기 때문에 엄청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하지 만, 전문분야에서 기술로 승부를 걸 수 없다면, 인도 사람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5월 초 연휴를 집에 돌아와 지내고 다시 돌아가서 벤치마킹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다. 결과는 가능성을 상당 히 인지시켜주었다는 평이었다. 본사 R&D에서 To-Be 모델에 대한 결과물과 프로세스 단계별 사용법 을 매뉴얼로 만드는 과정을 마치니 거의 모든 과정이 예정보다 한 달 앞서 마무리 되었다. 지금 생 각해 보니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도 출근해서 내가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사 상세 내용은 PDF로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1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