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유저]커피웨어를 만드는 사람, 이석종
Power User 커피웨어를 만드는 사람, 이석종 토목 설계인들의 '다리'가 되어 '다정다감'이라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정다감?! 왠지 채팅용 소프트웨어같은 느낌이 들지만 교량 건설 작업을 돕기 위한 토목 CAD용 소프트웨어이다. 토목 설계를 하는 이들의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다정다감'을 만든 이석종 씨를 만나 프로그램과 그의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삼우라는 설계회사에서 일할 때 함께 교량설계를 하던 사람들이 60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때 고민은 CAD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어떻게 하면 업무 전반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정다감이라는 이름은 이석종 씨가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스터디 그룹 형태로 결성한 동호회의 이름이기도 하다.1995년에 결성된 '다정다감'은 1997년 봄 천리안에서 5MB 정도의 홈페이지를 만들겠냐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승낙하여 만들었다. 일반인들도 회원으로 받아서 10여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1997년 이후로는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고 한다. 동호회의 활동도 명분상에 그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거나 대화방 개설 등의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1. 커피웨어가 된 사연스스로 '커피웨어'라고 부르는 다정다감은 2000년 3월에 마지막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가 다정다감을 커피웨어로 부르는 이유는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는 명목으로 커피값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제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고 싶은 사람만 돈을 내면 된다.'다정다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7년 2월부터인데, 현재 오토캐드 2000용까지 만들어져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쉐어웨어를 사용한 후, 돈을 지불하고 정식으로 사용하는 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사용 후 마음에 들면 커피 값만 내라는 말을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1998년도에 5만원, 1999년 6∼7명 정도가 돈을 보냈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한 10만원쯤 벌었다는 이석종 씨는 '다정다감'을 만들면서 일었던 호기심(?) 때문에 아직도 '커피웨어'로 만들고 있다.2000년 3월에 최종 업그레이드를 했고, 지금도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매뉴얼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고 힘들어서 현재는 개발 보류중이다. 너무 자주 올리면 사람들이 식상해 한다는 것도 개발을 보류한 또 하나의 이유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올릴 예정인데, 다운로드 횟수를 늘리겠다는 전략(?)도 있지만 '한 번하면 확실히 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현재 다정다감은 인텔리캐드와 오토캐드를 위해 컨버팅 되어 있는데, 토목 교량용으로 CAD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오토데스크코리아는 직접 다정다감을 가져가서 컨버팅을 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2. CAD와 프로그램 개발그가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한 후. FORTRAN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BASIC을 접했을 때 그는 '날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한다. 군을 마치고 1990년 경. 그는 취업 준비를 위해 처음 CAD를 접하게 되었다."정작 입사를 하자 샤프와 삼각자를 주고는 선 그리는 연습을 시키더군요. 토목 설계 작업을 위해서 주로 3가지 선 종류를 그려야 하는데 샤프 하나로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샤프를 돌려가며 선 굵기를 조절하기도 하는 등 온갖 일을 다 했죠." 이석종 씨는 CAD를 모르는 사람들은 밥줄(?)이라는 생각에 죽어라고 했지만, 속으로 'CAD로 하면 쉽고 금방 끝낼 수 있는 작업인데…'라며 갑갑한 심정이었다고 한다.하지만 실제 CAD로 작업을 시작했을 때 많은 문제들에 부딪쳤다. 당시에는 설계 도면을 그려서 가지고 가면 트레이싱지에 깨끗하게 베껴 주는 트레이싱 작업을 해주는 곳이 있어서 도면이나 글자들을 통일성 있게 정리할 수 있었다. "막상 CAD로 작업을 하니까 각각 설계자마다 틀린 작업 포맷을 가지고 있는 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통일성도 없는 데다가 정리 작업으로 인해 오히려 CAD로 작업하는 시간이 수작업보다 더 많이 필요했습니다." 이석종 씨는 그 후 작업의 통일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다정다감' 외에 엑셀에서 작업한 Table을 AutoCAD의 Line과 Text로 바꾸어주는 소프트웨어인 XLS2DWG도 만들었다."오토캐드 R14가 출시되었을 때 ActiveX라는 새로운 개념의 자동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윈도우의 특성을 살려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들끼리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방식이 제시된 것이죠. XLS2DWG는 ActiveX 기능을 이용하여 엑셀에서 작성된 테이블 등을 오토캐드의 드로잉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목도면의 경우 철근 재료 표나 Elevation 등의 테이블들을 엑셀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테이블을 만들어 출력한 결과 보고서를 오토캐드에서 다시 드로잉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오토캐드에서 Text를 다룬다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롭고 오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XLS2DWG를 만들어 보았죠."'다정다감'의 경우 소스를 오픈 했지만, XLS2DWG는 소스 오픈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스를 요구할까 하는 그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후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스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 2. 모든 것은 '다리'로 통한다 토목을 전공한 그가 설계회사를 다니게 된 것은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당한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다. "토목과를 나오게 되면 주로 일하는 곳이 크게 관공서, 공사, 시공업체, 설계회사 등 4가지가 있죠. 그런데 다들 하는 일이나 환경이 상당히 다릅니다. 그 중에서 설계회사는 외부로 나가서 작업을 하기 보다 주로 사무실 일이 많죠. 사실 건축 작업환경과는 달리 토목 현장은 대부분 외진 곳이 많거든요. '도로가 없는 곳에 도로가 놓인다'는 그런 이치죠. 그래서 저는 한 곳에 붙어 앉아서 일하는 설계회사를 택하게 됐습니다."처음 입사한 '삼우'라는 회사의 부도로 '서영'이라는 설계회사로 옮겼고, 다시 다산으로, 그리고 지금 현재 근무하는 DM엔지니어링까지 적지 않은 이직을 했다. 회사를 옮겨다닌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다. 자신의 팀장이 자주 회사를 바꿔 다녔기 때문이다. 토목업의 특성상 팀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강하고, 팀 구성원들이 하는 일이 제각기 틀리기 때문이다. 한 명만 빠져도 딴 사람이 좀더 많이 일하면 되는 그런 업무들과는 다르다. 팀웍이 가장 중요한 덕목인 셈이다. 그래서 팀장이 옮기면 팀원이 따라가는 식이다. 토목업에 종사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가 주로 해온 교량 설계 외에는 잘 모른다. "토목이라고는 하지만 댐이나 하수, 교량, 도로 등의 일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같이 토목을 전공했던 동기들도 현재 서로가 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이석종 씨의 삶은 교량건설을 빼면 말할 수가 없다. 그의 홈페이지도 그렇고, 영화를 볼 때도 다리만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인다. 뤽베송 감독의 '택시'라는 영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영화에 등장한 교량이 이슈일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교량은 원효대교. "심플한 이미지와 날렵함이 마음에 든다"는 그를 보며 '다리'와 연관되지 않은 그의 삶은 '오아시스없는 사막'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3. 비주얼한 것이 좋다AutoCAD2000i에 대해 묻자 그는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다. 인터넷 말고는 외부와의 연락 방법이 없다보니 굳이 찾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AutoCAD2000을 주로 쓰고 있다. "AutoCAD2000를 사용할 때 약간의 불안정성을 느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다들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었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 사실 토목사업에는 주로 2D가 이용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AutoCAD2000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Solid 기능이 강력해진 것은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요즈음은 2D로 표현하기 힘든 것은 3D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얼타임 View 기능도 상당히 마음에 들고, 강력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기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죠"만약 전산 쪽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수치, 계산 등의 결과를 직접 도면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제는 토목사업도 숫자에서 탈피하고 비주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직접 보면서 작업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설계 또한 비주얼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본다면 캐드 소프트웨어가 많은 부분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이석종 씨는 3D 모델링에 대해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미술부였던 그는 당시에도 그래픽 쪽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캐드에서도 3D 영역에 관심이 많지만, 업무가 바쁜데다 많은 캐드에 비해 주로 2D 작업이라 3D는 거의 못하고 있죠. 하지만 남들이 3D 모델링한 것을 보면 부러운 점이 많습니다."토목 분야에서 교량 부분만을 위한 뚜렷한 소프트웨어는 없는 것이 현 실정이다. 하지만 그는 각 회사들이 개발을 하고 있고, 많은 노하우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토목 분야에서도 우수한 소프트웨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AD&Graphics 2000년 9월호
작성일 : 200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