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지털 철학과 디지털 지속가능성을 시작하다
디지털 지식전문가 조형식의 지식마당
우리는 현재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경제, 문화 등 인간의 모든 활동에 디지털 영향을 포함한다. 디지털이란 무엇일까? 디지털 (digital)의 반대 개념은 아날로그(analog)이거나, 물리적(physical)이거나 또는 현실(reality)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제는 디지털이 단순하게 아날로그에 대비되는 개념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디지털이 스마트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망의 2025년은 디지털 철학(philosophy of the digital)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전에도 디지털을 단편적으로 많이 생각해 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디지털 철학의 본질적 관점, 그리고 현재 산업의 기술, 트렌드, 전환의 관점, 그리고 나 자신의 개인적 관점이다.
디지털 철학의 본질적 관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인간의 사고 방식, 소통 방식, 그리고 문화·정치·사회구조까지 재편하는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디지털 철학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가치관과 전통적 사고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며,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와 윤리적 과제를 생각한다. 단순히 기술의 수용을 넘어, 디지털 기술과 함께 인간성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산업 구조와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사회 구조, 그리고 개인의 일상까지 혁신하는 거대한 변화이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우리 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로 변천했던 역사적 전환과 유사한, 대대적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 트렌드는 5G, 양자컴퓨팅, 웹 3.0, 확장현실(XR), 디지털 트윈 등으로 대표되며, 이는 인간에게 새로운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 정체성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데이터 폭증 속에서 정보의 진위는 어떻게 판별하며, 알고리즘 필터를 통해 얻는 지식은 얼마나 객관적인가? 또한, 인공지능이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할 때 책임과 윤리적 기준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성찰해야 할 과제가 된다.
그림 1. 디지털 지속가능성(digital sustainability)
디지털 전환은 인간적 가치를 재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보 접근성과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생활의 편의성이 증대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개인 정보의 상업화, AI를 통한 여론 조작, 디지털 중독, 인간관계의 피상화 등 부정적인 영향도 함께 존재한다. 디지털 철학은 이러한 양면성을 직시하며,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증진할 수 있는 가치체계를 모색한다.
이를 위해 실천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술 독점과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과 법적 규범을 마련해야 하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시민들이 기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예술, 문학, 게임 등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경험을 재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 철학은 기술 발전과 인간적 가치를 연결하는 새로운 생각의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에 적응하는 수동적 태도를 넘어, 기술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재정의하며 발전시키는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디지털 철학자로서,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모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디지털 산업 상황적 관점
현대 산업은 기술(technology), 트렌드(trends), 전환(transformation)이라는 세 가지 주요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이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산업 발전을 주도하며,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과 적응에 주력해야 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기술의 영역에서는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인공지능,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에지 컴퓨팅 등의 첨단 기술이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더불어 스마트 공장과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의 도입은 산업의 지능화와 효율화를 이끌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재생 가능 에너지, 탄소 중립 설루션, 전기차 배터리 기술 등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트렌드 측면에서는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고려한 경영 방침이 요구되면서 탄소 배출 감소와 친환경 제품 개발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고객 중심 혁신이 강조되며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가 기업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생산 공정의 지역화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리쇼어링 트렌드도 주목받고 있다.
그림 2. 디지털 수명주기 지속가능성(digital lifecycle sustainability)
전환의 과정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심에 있다. 기존 산업 구조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구조로 전환되며, 전통 제조업에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제조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과 IT 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차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기술에 능숙한 디지털 전문 인재 확보와 기존 인력의 재교육(reskilling) 및 업스킬링(upskilling)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트렌드, 변환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현대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기업은 이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고,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필수적인 접근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개인적 삶의 관점
나의 컬럼에서 디지털이라는 제목을 시작한 것은 2008년 9월호의 ‘자료에서 디지털 지혜까지’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2024년 10월호 ‘디지털 디톡스와 디지털 안식년’이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총 49편의 칼럼에 디지털이라는 제목이 포함되었다. 이 칼럼을 쓰고 나면 드디어 50번째 디지털 제목이 포함된 글을 완성하는 셈이 된다.
작년 10월호 칼럼을 쓰고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서 팔목 수술을 했다. 덕분에 확실하게 디지털도 중요하지만 그와 대응하는 아날로그, 물리적, 현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 같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 건강 검진을 하다 보니 자신의 건강 수치를 알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간의 건강 검진 수치를 비교해 봤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우선 체중을 10kg 감량했다. 이전에는 감량을 한 적이 있으나 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음식을 조절했다.
그동안 건강 관리는 무계획적으로 한 것 같다. 체중, 혈압, 혈당, 콜레스트롤, 체지방, 내장지방, 골격근, 간수치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관리는 측정이 시작이다. 측정하지 않는 것은 가설이지 관리가 될 수 없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양한 기기에서 블루투스로 데이터가 저장되어서 스마트폰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심지어 혈당 측정도 분 단위로 측정하는 장비가 있다.
그림 3. 디지털 건강 지속가능성(digital health sustainability)
디지털을 추구해도 우리의 신체와 생각은 물리적이고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 요즘 화두는 건강인 것 같다. 최근에는 취미보다는 건강을 위한 운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한강 강변에서 열심히 러닝하고, 체육관에서 근육 운동을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요즘 디지털과 같이 사용되는 것이 스마트일 것이다. 현재의 스마트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스마트이다. 주변에는 스마트폰, 스마트 시티, 스마트 공장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 스마트는 우리의 뇌에서 생각하는 스마트이다.
우리의 뇌는 스마트를 추구한다. 우리 인간은 이기적으로 자기 중심적이다. 우선 인간의 첫 번째 스마트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행복을 추구하는 감각적 스마트이다. 인간은 행복하게 사는 것을 첫 번째 스마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행복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행복이 타인과의 비교할 때는 스트레스가 된다. 심지어 쾌락적 행복감은 오랜 우울증이나 고독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
두 번째 스마트는 이성적 스마트이다. 불행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맛있는 음식도 참는다. 미래에 대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고 준비하고 저축한다. 그러나 항상 미래는 불확실하고 세상은 변화 무쌍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 스마트는 지혜적 스마트이다. 이것은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거나 불행해지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불행에 잘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불행에서 잘 빠져나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포함한 격동의 시대에는 이러한 지혜적 스마트가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지혜적 스마트에는 디지털 지속가능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디지털 철학의 시작은 왜, 무엇을, 어떻게 우리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서 스마트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2025년의 시작이 될 것이다.
■ 조형식
항공 유체해석(CFD) 엔지니어로 출발하여 프로젝트 관리자 및 컨설턴트를 걸쳐서 디지털 지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지식연구소 대표와 인더스트리 4.0, MES 강의, 캐드앤그래픽스 CNG 지식교육 방송 사회자 및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보잉, 삼성항공우주연구소, 한국항공(KAI), 지멘스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PLM 지식’, ‘서비스공학’, ‘스마트 엔지니어링’, ‘MES’, ‘인더스트리 4.0’ 등이 있다.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