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D 프린팅 산업 동향 및 트렌드
3D 프린팅은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AM), 쾌속조형(Rapid Prototyping: RP)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사용 목적에 따라 의미를 분리하여 사용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같은 의미로 ‘3D 프린팅’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기로 한다.
3D 프린터는 재미 있는 부분이 있다. 어떤 사람은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하면 뭐든지 만들어진다고 신기해하고, 어떤 사람은 이미 한물갔다는 식으로 쓸모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연설에서 3D 프린터를 언급한 이후, 3D 프린터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거대한 파도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밀려왔지만, 몇 년 후 그 버블은 거의 꺼져버린 것 같아 보인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거나 파도가 잔잔하거나 바다 속은 항상 평온하게 물이 흐르고 있듯이, 3D 프린팅 산업은 버블이 꺼진 이후에도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3D 프린터 판매는 증가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업체들은 계속 진입하고 있었다. 이러한 최근 몇 년간의 3D 프린팅 산업 동향과 트렌드를 살펴보기로 하자.
3D 프린터 판매 동향
3D 프린팅(적층제조) 산업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홀러스 리포트(Wohlers Report)에 따르면, 지난 31년간 전세계 3D 프린팅 매출 성장률은 26.7%에 이르고 있다. 최근 2016년에서 2019년까지 4년간의 성장률은 23.3%이며, 2019년 전세계 3D 프린팅 매출은 전년 대비 21.2% 성장한 118억 달러로 발표하였다.
폼넥스트(Formnext) 전시회는 매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되는데, 폼넥스트 2019 전시회는 3D 프린팅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전시회로 기록되었다. 최근 몇 년동안 3D 프린팅 산업의 버블이 꺼지며 일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것 같지만, 일반소비자용이 아닌 산업용 장비로서 3D 프린팅 산업은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다. 폼넥스트를 포함하여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3D 프린팅 전시회은 매년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3D 프린팅 산업의 성장과 활용 분야의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3D 프린팅 업계 진입
투톱체제에서 멀티플레이어 체제로 변화
3D 프린터 제조업체의 쌍두마차로 오랫동안 3D 프린팅 업계를 이끌어온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 사이에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홀러스 리포트에서 발표한 2015년과 2019년도의 3D 프린터 마켓 셰어 데이터에 따르면, 스트라타시스는 2015년 41.1%에서 2019년 16.6%로 감소하였고, 3D시스템즈는 같은 기간에 15.3%에서 10.3%로 감소하였다.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는 지금도 3D 프린터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3D 프린팅 시장에 진출하여 성장을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을 비롯해 GE, HP, 제록스(Xerox) 같은 대기업들도 3D 프린팅 산업에 뛰어들면서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강자인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 같은 회사들은 시장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새로 진입한 업체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전체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성장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의 3D 프린팅 업계 진입
HP는 3D 프린터 제조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3D 프린팅 업계 진입 전에 여러가지 루머를 낳기도 했지만, 2016년 12월 자체 3D 프린터 개발과 함께 3D 프린팅 사업에 대한 장단기 계획과 대담한 포부를 내비쳤다. GE는 금속 3D 프린터 제조업체인 콘셉트 레이저(Concept Laser)와 아르캠(Arcam)을 인수합병하여 GE 애디티브(GE Additive)라는 조직을 신설하였고, 금속 3D 프린팅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화학회사중 하나인 BASF(바스프)도 3D 프린팅 산업을 위한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였으며, 이노필(Innofil), 스컬프티오(Sculpteo) 같은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는 등 3D 프린팅 회사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록스는 이들보다 조금 늦게 3D 프린팅 업계 진출을 선언하였다. 3D 프린팅 전시회에 참가하며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제록스는 HP를 인수합병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인수포기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3D 프린팅 산업계로 진출했다는 것은 3D 프린팅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이던 두 회사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신규 진입하는 회사들이 증가하고, 전체 시장규모도 성장하는 추세가 천천히 진행되어 왔다. 현 시점에 이러한 것들을 한번쯤 짚어보고 갈 때가 된 듯 싶다.
소재업체의 사업 확장
화학산업은 장치산업이며 기간산업의 측면이 있어서 대형 화학회사들의 규모는 상당하다. 앞에서 언급한 BASF 역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2019년도 매출이 593억 유로(약 80조 원)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BASF는 빠르게 변화하는 3D 프린팅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애자일 스타트업처럼 운영할 BASF 3D Printing Solutions GmbH라는 회사를 신설하고, 인수합병과 투자 및 협업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19년말에는 프랑스의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인 스컬프티오를 인수합병하였고, 이는 소재 이외의 다른 3D 프린팅 분야로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포워드 AM(Forward AM)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였다.
헨켈(Henkel)은 록타이트라는 기존의 브랜드를 활용하여 3D 프린터 레진 소재와 여러 후가공 장비를 개발하고, 관련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에센티움(Essnetium) 역시 폴리머 소재 업체이지만, 고속 FDM 방식의 3D 프린터를 개발하여 주목을 받았다.
계속되는 투자 및 협업사례
데스크톱 메탈(Desktop Metal)은 2019년초 1억 6000만 달러의 추가 투자를 포함해 총 4억 38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기업가치는 약 15억 달러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속도가 빠른 3D 프린터로 유명한 카본(Carbon)도 2019년에 2억 6000만 달러 이상의 펀딩을 받았고, 마크포지드(Markforged)도 82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외에도 에센티움이 BASF와 머티리얼라이즈(Materialise)로부터 22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미국의 라이즈 3D(Rize 3D)는 1500만 달러를 투자 받는 등 유망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에어버스와 파순 테크놀로지스(Farsoon Technologies)는 파트너십을 맺고 일반 항공기용 폴리머 소재 개발에 나섰으며, BASF와 임파서블 오브젝트(Impossible Objects)도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하였다.
HP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미식축구 경기장 3배 크기의 3D 프린팅 및 디지털 제조센터를 개소하였고, 올리콘(Oerlikon)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에 최신 시설을 오픈하였다.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의 서비스 확장
3D허브스(3Dhubs)는 초기에 3D 프린팅 서비스만 제공하였지만,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여 CNC 머시닝 서비스, 판금 제조, 사출성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메트리(Xometry), 스컬프티오 등 일부 규모가 있는 3D 프린팅 서비스업체도 3D허브스와 같이 처음에는 3D 프린팅 서비스로 출발했다가 영역을 넓혀서 전통 제조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회사의 제조 철학과 맞고 역량이 된다면, 3D 프린팅 서비스 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 수요가 더 많은 전통 제조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이머티리얼라이즈(i.materialise)와 셰이프웨이즈(Shapeways)같은 업체들은 여전히 3D 프린팅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서비스의 범위는 다르지만, 3D허브스부터 셰이프웨이즈까지 여기서 언급한 모든 회사의 공통점은 온라인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 범위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제품에서 생산으로 3D 프린팅의 영역 확장
3D 프린터 제조업체들은 3D 프린터를 시제품이 아닌 최종 생산품 용도로 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오고 있다. 신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전체 비용에서 제품 디자인 및 시제품 제작에 5~10% 정도가 소요되고, 제품 생산에 90~95%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현재의 3D 프린터 기술로 연속 대량생산을 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3D 프린터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책정되는 생산 공정에 3D 프린터를 투입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우주항공, 자동차, 의료 등의 분야에서는 최종 생산품 용도로 3D 프린팅을 사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많이 인용되는 GE의 리프 엔진(LEAP engine) 연료노즐은 3D 프린팅을 활용하여 20개의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였고, 이를 통해 25%의 무게 감소와 5배의 강도 강화를 이루었다.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GE공장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만 개의 노즐을 생산하였다.
▲ GE의 리프 엔진 노즐 3만 개 생산 기념
BMW는 i8 로드스터(i8 Roadster) 자동차의 윈도우 가이드 레일(window guide rail)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부품을 사용하여 경량화하였다.
▲ BMW의 i8 로드스터
최종 생산품 용도로 3D 프린팅된 부품이 전년 대비 22.5% 성장한 14억 5000만 달러 정도 된다고 홀러스 리포트는 분석하고 있다. 금속 3D 프린터 출력물이 최종 생산품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은 금속 출력물의 물성이 전통 제조방식으로 제작한 것과 비교해 손색이 없고, 툴링 과정이 필요없으며, DfAM(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같은 디자인 기법을 사용하여 경량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항공, 의료, 자동차 산업에서 복잡한 구조에 소량생산 품목이고 가격이 고가인 제품이나 부품의 경우는 3D 프린팅을 사용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
3D 프린팅을 위한 디자인, DfAM
3D 프린터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DfAM의 중요성은 여러 해 전부터 계속 강조되어 왔다. 생산을 위한 디자인(DfM: Design for Manufacturing)이라는 개념에서 발전한 DfAM은 3D 프린팅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이다. 구체적인 기술요소로는 위상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과 격자무늬 구조(lattice structure)를 꼽을 수 있다. 사용자는 부품이나 제품의 성능 목표치를 만족하면서 경량화와 부품 단일화(part consolidation)라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3D 프린터가 생산용도로 활용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DfAM일 것이다. GE, BMW 등 해외 업체들은 DfAM 기법을 적용한 디자인을 3D 프린터로 출력하여 최종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금속 3D 프린팅의 현황
폴리머 소재를 사용하는 3D 프린터가 전체 3D 프린터 시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금속 3D 프린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관심을 받아왔고 3D 프린팅 시장에서 가장 성장률이 가파른 분야였다. 지난 2~3년간 가파른 성장의 여파인지 2019년 금속 3D 프린터 성장률은 약간의 숨고르기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1.3% 성장률에 그치고 있는데, 일시적인 포화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폴리머 소재를 사용하는 3D 프린터의 출력물은 전통적인 제조방식의 생산품과 품질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금속 3D 프린터 출력물의 물성치는 전통적인 제조방식의 그것과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이 금속 3D 프린터가 주목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오랜 기간동안 파우더 베드 퓨전(Powder Bed Fusion)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가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어왔지만, 최근에는 데스크톱 메탈이나 마크포지드 등의 회사가 FDM 방식을 활용하여 금속 필라멘트로 출력하고, 디바인딩(debinding)과 소결(sintering) 과정을 거치는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를 출시하였다. HP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인 HP 메탈 젯(HP Metal Jet) 프린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지난 2018년에 발표하였다.
▲ HP 메탈 젯 3D 프린터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가 등장하였고, HP, 데스크톱 메탈, 마크포지드와 같은 새로운 금속 3D 프린터 제조사가 시장에 진출하였으며, 벨로3D(Velo3D)는 금속 3D 프린터로 출력할 때 획기적으로 서포트의 양을 줄이는 프로세스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금속 3D 프린터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이러한 업체의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계속 성장해 나갈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벨로3D의 서포트프리(SupportFree) 출력물
3D 프린팅과 이기종 기술의 협업
인공지능(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의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3D 프린팅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MIT 출신들이 만든 잉크비트(Inkbit) 3D 프린터는 다중 소재를 사용할 수 있고,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시스템과 머리 역할을 하는 머신러닝 기능을 탑재하여 통합하였다. 비전 시스템은 출력물의 각 레이어를 스캔하고 디자인 데이터와 비교하여, 불일치하면 그 다음 레이어에서 잘못된 점을 수정하고 보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3D 프린터에서 반복 발생하는 에러는 머신러닝이 학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이 프린터의 머신러닝은 실수를 통해서 계속 배워나갈 것이므로, 출력을 할 수록 기능은 더 좋아지고 출력 실패율은 낮아질 것이다.
▲ 잉크비트 3D 프린터
오토데스크의 AI 기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디자인에 필요한 제약사항들을 제공하면, 클라우드 컴퓨터상의 인공지능이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디자인을 제공해주며, 사람이 수정할 사항을 제시하면 인공지능은 다시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해준다. 이런 식으로 사람과 인공지능이 협업하여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간다. 엔지니어 또는 디자이너와 인공지능이 함께 디자인과 설계를 하는 것이다.
GE는 미국에서 3D 프린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특허를 출원하였다. 컴퓨터에서 디자인과 설계를 하므로 설계 데이터는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된다. 디지털 데이터의 특성상 복사, 배포, 편집 및 악의적인 위변조도 가능하다. 3D 프린터의 사용이 늘어날 수록 데이터 보안의 필요가 커질 것이다. 이러한 위변조 방지 및 이력관리를 위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가 여러 기술의 융합이다. 3D 프린팅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 인공지능, 블록체인, 바이오,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의 기술과 융합하여 발전해 나갈 것이다.
■ 송인보
3D 프린팅 관련 기술, 업계 제품 정보, 비즈니스 정보, 활용사례 등 정보를 전달하는 3D그루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3D 프린터와 3D 스캐너를 판매하고 3D 프린터 컨설팅, 강연, 교육을 하고 있다. 3D 프린팅 인적자원개발 협의체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캐드앤그래픽스 2020년 7월호 특집기사에서 적층제조 트렌드와 기술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작성일 : 2020-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