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암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유동 해석의 이해와 동향
김종암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김종암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유한체적법 및 고차 정확도 수치기법, 공력 최적설계 및 유동제어 기법 개발을 비롯하여 개발한 수치 기법들의 공학적 응용 및 코드개발에 이르는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산유체역학 분야의 선도 연구자로서, 한국전산유체공학회(KSCFE) 회장, 한국산업응용수학회(KSIAM)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항공우주학회(KSAS) 수석부회장, 미국항공우주학회(AIAA) associate fellow를 맡고 있으며, AIAA fluid dynamics technical committee, 국제 전산유체역학 학회(ICCFD) scientific committee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전산유체역학 분야의 학문적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1. 유동 해석이란 무엇인가
‘유동 해석’은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의 이론 및 방법을 적용하여 유동의 지배방정식을 계산하는 것을 약칭하는 표현이다.
CFD란 유체 현상을 편미분 방정식으로 표현한 지배 방정식(governing equations)을 차분화(discretization)하고, 이를 컴퓨터를 활용하여 수치적으로 계산함으로써 유동의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유체 현상을 표현하는 지배방정식은 유동에 대한 물리적, 수학적 난이도에 따라 potential, Euler, Navier-Stokes, Boltzmann 방정식 등 여럿이 있으나, 유동의 연속성과 점성/난류 효과를 고려할 수 있는 Navier-Stokes 방정식이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지배방정식을 선택한 후, 유동장을 유한한 개수의 격자로 분할한다. 이후 지배방정식의 차분화를 거쳐 각 격자에서의 압력, 밀도, 속도 등과 같은 물리량의 차분방정식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컴퓨터를 활용하여 반복계산 함으로써 유동장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2. 유동해석은 주로 어떤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가.
CFD의 초창기에는 주로 2차원 날개 익형이나 3차원 날개 주위의 유동해석 등 항공 또는 기계공학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으나,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1990년대 이후로는 대부분의 공학 및 광학 분야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CFD는 항공, 우주, 자동차 및 기계, 해양, 환경, 전기전자, 핵물리, 생체의학 등 폭 넓은 학문 분야의 유동 현상을 규명하고, 더 나아가 각 산업 분야에서의 제품을 개발, 제작할 때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더하여 CFD는 단상(single-phase) 유동 해석을 넘어서 다상(multi-phase) 유동, 다화학종(multi-species) 유동 및 연소(combustion/burning) 등과 결합하여 다물리-다학제 학문으로 확장되어 발전하고 있다. 컴퓨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CFD의 역량과 활용 가능성은 미래에도 매우 넓다고 할 것이다.
3. 유동해석의 이점은 무엇인가.
CFD는 실험 중심의 유체역학의 대안으로써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먼저 실험을 위한 모형 제작, 계측 장비 등 유동 현상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장시간에 걸친 넓은 영역에서의 유동 현상을 모사하기 위해서는 CFD 또한 많은 컴퓨팅 파워와 시간을 요구할 수 있으나, 이는 풍동 시험을 통해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유동 현상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유동 조건, 형상 조건과 같은 실험 조건을 변경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실험에 비해 쉽게 다양한 조건에서의 유동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CFD를 통해 얻은 유동장의 수치 결과는 언제든 가시화가 가능하며, 이를 이용하여 유동의 자세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4. 최근 유동해석 분야의 트렌드
최근의 유동 해석 연구는 복잡한 환경에서의 유동 현상을 반영하기 위한 정밀한 유동 모델링을 도입하여, 실험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조건에서의 유동 현상을 분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면, 아폴로 우주선, 소유즈 우주선, 우주왕복선, 최근 스페이스 X의 크루 드래곤까지 우주에서 지구로 진입하는 우주선은 초속 7km에서 12km로 가속합니다. 물체 표면 공기는 가열되어 8000 K 이상의 온도까지 치솟는데, 이 때 이를 구성하는 산소와 질소가 해리됨은 물론 산소와 질소 원자의 이온화까지 발생한다. 이처럼 공기를 구성하는 화학종이 변화하는 문제를 해석할 때 일반 기체 해석에서 사용하는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을 사용할 경우 정확도가 크게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체의 구성요소 간 화학반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주 여행이 상업화되고 있고, 극초음속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극초음속 유동에 대한 연구는 CFD를 활용하여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다 정확한 해석을 위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다상 유동(multiphase flow)은 두 가지 이상의 상(phase)이 공존하는 유동 현상으로, 나노 단위에서부터 거시적으로는 우주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 현상이다. 대표적인 다상 유동으로 공동(cavitation) 현상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액체의 압력이 증기압력보다 낮아져 발생하는 상 변화 현상이다.
수중에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 근처에서 기포가 관찰되는 이유는 국소적으로 압력이 낮아져 액체 내부에서 기체인 공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동 현상은 주변 물체에 손상을 가하거나 성능 저하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설계/개발 시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우주 발사체 터보펌프의 경우 일반적인 물과 달리 액체산소/액체수소와 같은 극저온 유체를 작동 유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터보펌프 내부의 정확한 공동 유동 해석을 위해서는 이상기체 기반이 아닌 실 매질 상태방정식을 적용해야 한다. 더불어, 공동 현상은 압력 변화로 유발되나, 열과 질량 전달이 발생하는 복잡한 물리 현상이므로,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해석 기술이 요구된다. 극저온 유체 설비가 필요한 발사체 공급계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내 원자로 사고 예측과 같이 실험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다상 유동 분야에 대해 CFD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유동해석은 항공/해양/운송과 같은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는 수학적으로 봤을 때 비행기의 양력 최대화, 선박의 항력 최소화 같은 제품의 성능과 관련된 수치를 최적화(optimization) 하는 문제이며, 이 과정에서 수치해석 기반의 유동해석과 유전자 알고리즘 또는 경사하강법 등의 최적화 알고리즘이 결합되어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는 설계 경험을 가진 설계자가 경험과 감에 의지해 최적의 형상을 제안하였다면, 이러한 설계 과정을 자동화하여 더욱 뛰어난 공력 성능을 가진 형상을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 최적설계가 사용된다. 설계변수와 제약조건이 많을수록 최적설계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설계변수와 제약조건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더불어 유동해석 측면에서만 최적설계를 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여러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최적설계인 다분야 최적설계(MDO)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유동현상은 다른 물리현상과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그 영향의 정도와 개발 목적에 맞도록 다른 현상과 연계하여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력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가볍고 튼튼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경우에는 유체-구조 연성해석(fluid-structure interaction analysis)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 기법을 최적 설계 과정에 적용하면 두 가지 물리현상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요구되는 목적함수와 제약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최적설계를 수행할 수 있다.
컴퓨팅 성능의 발전과 함께 유동해석은 더욱 복잡한 유동 현상을 더욱 정밀하게 해석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기법보다 높은 계산 정확도를 가지는 고차정확도 수치기법을 개발하는 연구,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수많은 유동해석 결과들을 바탕으로 기존 유동 모델링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유동 모델링을 수립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현재, 산업계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유한체적법 기반의 수치기법은 장시간의 비정상(unsteady) 해석을 필요로 하는 복잡하고 세밀한 유동 물리 현상에 대해서는 계산의 정확도 및 신뢰성 측면에서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정밀기기 또는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에서 발생하는 유동 물리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차세대 운송시스템을 설계하는데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계산 정확도가 요구되는데, 고차정확도 수치기법이 이런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고차정확도 수치기법은 유한요소법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 유한체적법에 비해 높은 정확도를 얻으면서 계산 시간은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전산유체해석 기법으로 널리 연구되고 있다. 현재 고차정확도 수치기법과 관련해서 기법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계산 속도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불연속 갤러킨(Discontinuous Galerkin) 기법, 플럭스 재구성(Flux Reconstruction) 기법과 같은 수치기법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대규모 분산 병렬 프로그래밍을 적용하거나, CPU-GPU 이종간 프로그래밍을 적용해 계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급부상하기 시작한 기계학습/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현재 시점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동해석 분야에서도 기계학습을 활용하여 기존의 유동 모델링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유동 모델링을 개발하는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기계학습을 이용한 유동 모델링 연구는 크게 고성능 유동해석 기법 개발, 저비용-고효율 공력 성능 추정 연구로 나뉜다. 난류모델이나 화학반응/다상유동 등 복잡한 유동을 위한 해석 기법을 기계학습을 통해 개선하는 연구가 활발히 수행 중이다. 또한 형상 변화에 따른 공력 성능 변화를 학습하여 고비용의 실험 및 유동 해석을 수행하지 않고도 복잡한 형상에서의 공력 성능을 빠르게 예측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그림 2)
5. 유동해석 분야 향후 전망
유동해석 분야 향후 전망은 현재 장시간 복잡한 유동 현상을 효율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방안이 고차정확도 수치기법과 기계학습/딥러닝을 이용한 유동 모델링 연구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고차정확도 수치기법의 경우, 계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과 발전된 알고리즘으로 날개와 동체가 있는 일반적인 항공기 형상에서의 큰 와류 모사(Large Eddy Simulation; LES)를 하는 정도까지 이르렀고(그림 3), 조만간 더욱 복잡한 형상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NASA에서는 2030년까지 exaFLOPS 수준의 CFD 해석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안하였는데, 주로 비정상 와류를 포착할 수 있는 scale-resolving 해석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고차정확도 수치기법의 높은 계산 정확도와 효율성이라는 강점은 scale-resolving 해석에 큰 이점을 가지므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후보로서 널리 연구되고 있으며, 현재의 산업 표준인 유한체적법 기반 수치기법을 대체하는 차세대 산업 표준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반해 기계학습을 이용한 유동 모델링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사진 인식이나 함수값 예측에 활용되는 기계학습 기법을 유동해석에 적용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존의 유동 모델링 기법은 유동 현상의 난해함으로 인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므로, 유동 모델링을 수립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써 수많은 해석/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학습을 활용하는 방법론은 점차적으로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계와 산업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양질의 유동 해석 및 실험 데이터들이 빅데이터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기계학습을 활용하기에 최적인 환경이며 앞으로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6. CAE 분야의 발전을 위한 제언 – 국산 CAE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관심과 투자 필요
해외에서는 Fluent, PowerFLOW 등과 같은 유명 상용 프로그램들과 SU2, OpenFOAM, 등의 오픈 소스 코드들이 다수 개발되어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프로그램 사용자 커뮤니티가 구축되어 있어 프로그램의 개선 및 유지보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국내의 경우, 많은 대학교 및 연구소들이 수준 높은 CFD 해석 기술들과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in-house 코드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 프로그램 수준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자체 연구에만 적합한 형태로 남아 사용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는 유동 해석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연구소 및 산업체들이 국산 상용 해석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하기보다는 바로 해석 결과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해외 상용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은 국산 상용 프로그램의 성장을 상대적으로 억제시키고 해외 상용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성을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내 CAE 산업 또는 기술의 장기적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국산 상용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노력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가 경원테크와 협력하여 공동 개발하고 있는 유동 해석 프로그램인 ACTFlow(All-speed Compressible Turbulent Flow solver) [Lee et al. 2020]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십 수 년간의 오랜 연구를 통해 높은 수준의 유동 해석 기법을 보유하고 있었던 서울대가 다양한 CAE 프로그램의 개발/유통 경험이 있는 경원테크의 협력과 산업체 및 연구소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한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 해석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산업계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유한체적접 기반의 유동 해석 프로그램으로 복잡한 형상을 쉽게 다룰 수 있는 비정렬 혼합격자계를 채택하고 있고 다양한 최신 수치 기법을 통해 아음속/천음속/초음속을 포함한 전마하수 유동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어, 항공/우주, 조선/해양, 기계,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하였으며, 향후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AE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산업체 및 연구소가 당장의 편의성을 위해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들여 해외 상용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보다는 국내 CAE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산 상용 프로그램 개발에 보다 적극적이고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다. 이는 CAE 분야의 성장 이외에도 추후 국산 CAE 프로그램이 고가의 해외 상용 프로그램들을 대체하게 됨에 따라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CAE가이드 V1'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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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