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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메타버스화와 귀신은 그리기 쉽다
2021-10-01 3,549 10

디지털 지식전문가 조형식의 지식마당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메타버스(metaverse)에 올인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계가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로 하면서, 일단 메타버스를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업들과 지자체들도 메타버스 콘텐츠와 플랫폼을 도입하며 메타버스를 ‘묻지마 버스’처럼 타고 있다. 요즘 피해가 심한 유통 업계의 입장에서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마케팅 환경이다.

메타버스가 마케팅이나 일반적 용어라면 디지털 현실(digital reality)은 연구 용어가 될 수 있다. 이 분야는 메타버스는 물론 가상현실(VR :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 복합현실(MR : Mixed Reality), 확장현실(XR : eXtended Reality) 등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언텍트 문화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현실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닐 스티븐슨이라는 작가가 1992년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러다 지난 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우리 미래는 메타버스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뜨거운 용어로 떠올랐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란 비전을 이야기하면서 판이 커졌다.

현재처럼 모든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정부도 내년 예산안에 메타버스 등 초연결 신산업 육성을 비롯한 국민체감형 디지털 전환에 9조 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발표하는 등 신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기술의 결과물로만 활용되던 메타버스가 비대면, 언텍트 문화와 맞물려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며, “앞으로 메타버스 내에서 행정을 비롯한, 쇼핑, 의료, 여가까지 다양한 생활이 연관되는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 지자체, 각 정부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제한된 예산이라는 제로섬 환경에서 메타버스의 열풍은 기존의 사업들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도 많다. 

국내 상황은 네이버의 ‘제페토’에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입점한 것은 물론, 랄프로렌과 구찌, 스타벅스가 입점하거나 입점을 검토 중인 것도 메타버스의 시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현재 지원 받고 있는 사업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핵심 기술 연구와 실증이라고 주장하지만, 메타버스 핵심 기술은 대부분 국외에서 가지고 있고 실증보다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화가 중요하다. 현재 네이버의 제페토를 보면 이전의 싸이월드가 생각난다. 싸이월드의 실패 사례를 연구하면 해답이 나올 수 있다. 롯데, 신세계, 삼성전자까지 독자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검토하거나 메타버스에 합류한다고 한다. 

‘메타버스산업협회’가 10월에 출범한다.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MOIBA)가 통합해서 발족하는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관계자는 “메타버스 관련 회사마다 협력하거나 정책을 건의하는 방안이 여럿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협회가 출범하면 이들의 선택권이 명확해진다”면서 “정부 역시 정책 지원이나 의견수렴 창구가 일원화돼 효과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협회가 특정 산업의 이익 집단이 되거나, 비즈니스의 다양성을 죽이거나, 국가의 예산을 받기 위한 단체가 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는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 관련 경제 규모가 지난 해 50조원에서 2025년 540조원, 2030년 17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을 했다.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유니티, 언리얼, 엔비디아 옴니버스 등이 메타버스 개발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한비자는 “귀신은 그리기 쉽지만 개나 말은 그리기 어렵다(犬馬最難 鬼魅最易)”고 말했다. 이상을 말하기는 쉬우나 현실을 헤쳐나가기는 어렵다는 비유로 든 말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귀신 그리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리기 어려운 개나 말 같은 현재의 제조업, 기존 산업, 스마트 공장, 플랫폼 독점 등 현실의 문제들은 자세히 아는 전문가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존 전문가들이 적고 다들 보지 못했던 미래의 귀신 그림을 그린다. 귀신은 본 사람들이 없으니 마음대로 그려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얻은 자가 있으면 잃은 자가 있다. 기존에 비슷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노력하던 사람들이 최대 피해자이다. 그 동안 몇 동안 묵묵히 이 분야에 투자했던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전문가들이 졸지에 평준화되어 버린다. 승자는 발 빠른 자나 정치적 논리를 가진 자들이다. 먼저 주장한 사람들도 처음에만 필요하다. 결국 승자는 국가 예산을 탄 사람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와 납세자가 피해자가 된다. 그것은 국력과 기회의 손실이다. 국가는 전체 메타버스 전체 파이를 크게 만드는 전략을 가져야지, 근시적인 인기 정책에 연연하면 안 된다. 

나에게 쉬워 보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쉬워 보인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모든 사람들에게 ‘블루 오션’처럼 보인다. 이제는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공부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최근 중국 헝다 그룹의 실패 사례는 부동산 기업에서 전기자동차 기업으로 변신하려 했지만 기술과 기업 문화가 없는데 돈으로 해결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메타버스 접근법도 비슷하다. 자본만 있으면 기술과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인터넷 기사에 책임 없는 미디어의 환상적 기사들이 넘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검증되지 않은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든 것이 독자의 책임이 되어 버린다. 메타버스는 특정 기술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사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서비스화(servitization)하는 것을 모두 지칭하는 말이 될 것이다. 이제는 우버화(uberization) 와 AI 서비스화에서 다음은 메타버스화(metaverselization)가 될 것이다. 새로운 파도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큰 파도일까, 작은 파도일까? 큰 파도이면 그 파도를 타야 되고, 작은 파도일 때는 헤쳐나가야 된다.

 

■ 조형식

항공 유체해석(CFD) 엔지니어로 출발하여 프로젝트 관리자 및 컨설턴트를 걸쳐서 디지털 지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지식연구소 대표와 인더스트리 4.0, MES 강의, 캐드앤그래픽스 CNG 지식교육 방송 사회자 및 컬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보잉, 삼성항공우주연구소, 한국항공(KAI), 지멘스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PLM 지식’, ‘서비스공학’, ‘스마트 엔지니어링’, ‘MES’, ‘인더스트리 4.0’ 등이 있다.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조형식 hyongsikcho@gmail.com


출처 : 캐드앤그래픽스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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